미 연준의 파월 의장은 지난 8월 잭슨홀 미팅에서 연내 테이퍼링 실시 언급을 하면서도 기준 금리인상에 대해서는 아직 시기상조이며 뭔가 더욱 타이트하고 엄격한 조건을 통해서 실시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여기서 말하는 조건은 1) 경제가 완전고용에 일치하는 조건에 도달하고 2) 인플레이션이 2%에 도달하며 3) 인플레이션이 한동안 온건하게 2%를 상회할 때까지 기준금리를 인상하지 않겠다는 조건을 제시했습니다.
그리고 8월 잭슨홀 미팅에서는 인플레이션 상승세가 일시적일 것이라고 주장하면서 테이퍼링과 기준금리 인상이 직접 연결된 것이 아니라는 점을 강조했고 그러면서 시장은 파월이 말한 인플레이션은 일시적이다라는 말을 그대로 믿었습니다.
하지만 파월의 발언과는 달리 3분기에 글로벌 공급망 차질이 더욱 심해졌고 이에 따른 영향으로 원자재 가격이 급등했고 해운 운임이 상승했으며 물가를 가늠하는 대표적인 경제지표인 미국의 소비자물가지수 CPI와 PCE 물가지수가 모두 높은 수치를 기록하면서 시장은 파월에게 뒤통수를 세게 한 대 맞으며 살아나는 인플레이션으로 인해 기준 금리인상이 더욱 빨라질 것이라는 불안감이 시장을 지배했습니다.
그렇다면 그 당시 파월 의장은 대체 왜 인플레이션 상승세가 일시적이라고 주장했을지 궁금해 하실텐데 오늘은 그 당시 그가 주장한 5가지 근거에 대해 알아보고 그때와 지금 어떠한 점이 변화되었고 달라진 점이 있는지에 대해 말씀드리겠습니다.
인플레이션이 일시적이라는 5가지 근거
그 당시 파월 의장이 인플레이션 상승세가 일시적이라고 생각했던 근거가 존재하는데 우선 1) 광범위한 인플레이션 압력이 아직 보이지 않았다. 2) 팬데믹에서 회복되는 과정에서 급등한 일부 품목들의 물가가 안정을 찾고 있다 3) 광범위한 임금 상승이 관찰되지 않고 있다. 4) 기저효과에 의해 기대 인플레이션 수치가 더 이상 상승하지 않고 양호한 수준으로 나타나고 있다.
5) 기술발전 및 세계화 그리고 인구구조 변화 등 중앙은행의 물가 통제력 확보 등과 같이 지난 10년간 이어졌던 전 세계의 구조적인 디플레이션 영향으로 인해 인플레이션은 장기간으로 나타나기 힘들 것이다 라고 언급했습니다.
사실 평균 물가목표제를 실행한 이유도 바로 마지막 5번과 같은 이유 때문에 실행했다고 생각합니다. 이러한 이유들로 인해 파월 의장은 그 당시 인플레이션이 일시적이다라고 언급했지만 현재는 5가지 근거 중 최근 몇 가지에서 변화가 관찰되고 있습니다.
변화된 근거
1) 우선 광범위한 인플레이션 압력이 보이지 않는다는 내용과 달리 현재는 인플레이션이 여러 분야로 확산되었습니다. 여름까지만 하더라도 변동성이 높은 항목들을 제외하고는 기저효과로 인플레이션 지표가 안정적으로 나오는 추세였는데 9월 들어 유난히 상승세가 강해지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세부항목 별로는 차량용 반도체 공급 부족으로 인한 중고차 가격 상승,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한 셧다운으로 무역이 활성화되지 않아 운임비가 크게 올랐고 음식료와 주거 항목에서의 물가도 크게 올랐습니다.
그리고 중국의 신재생에너지로의 산업 변화로 전력난이 생기자 긴급하게 전력을 수혈하기 위해 공급이 줄던 석탄과 천연가스의 수요가 많아져 에너지 항목에서의 물가도 크게 올랐습니다. 또한 유가도 80달러를 기록하면서 유가의 인플레이션 압력도 나타나고 있습니다.
2) 일부 급등한 품목들의 물가 상승세가 쉽게 가라앉지 않고 있는데 10월 중순까지 집계된 중고차 가치 지수는 전월 대비 8.3% 상승하는 모습을 보였고 1~5월에 중고차 가격이 급등했는데 당시 고점인 4월 상승률보다 높은 모습을 보였습니다.
3) 최근 미국의 고용지표가 예상치보다 하회하는 모습을 보이면서 기업들이 구인난을 겪고 있습니다. 9월 실업급여지원이 종료되면 일자리로 복귀할 것이라는 전망이 많았지만 기대와는 달리 노동자들은 일자리로 복귀를 많이 하지 않았으며 이에 따른 임금의 상승이 계속해서 올라가는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얼마 전 노동부가 발표한 고용비용 지수는 전분기 대비 1.3% 상승하면서 2001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습니다. 이렇듯 지난 8월 파월 의장이 말한 임금의 상승이 관찰되지 않다는 내용과는 달리 현재 임금의 상승은 계속해서 나타나고 있습니다.
4) 그림을 보시면 8월까지만 하더라도 안정적이던 기대인플레이션의 지수가 9월 들어서 점점 상승하더니 10월에는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기대인플레이션의 상승은 최근 광범위하게 나타나는 인플레이션으로 인한 기대심리가 더욱 이어질 것으로 보면서 상승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5) 장기 디플레이션 요인들 중에서 몇 가지 요인들이 최근 되돌려지고 있는데 1970~1980년대부터 시작된 글로벌 투자로 인해 공장들이 해외에 많이 나가서 생산을 하는 모습이 많았는데 작년 코로나로부터 글로벌 벨류체인이 무너지면서 반도체 등 핵심 부품의 부족으로 미국이 어려움을 겪자 바이든은 해외로 나간 기업들을 다시 국내로 불러들이는 리쇼어링 정책을 펼치고 있습니다.
이는 세계화를 통해 비용을 줄이는 것보다는 조금 더 비용을 치르더라도 공급망의 안정성을 높이고 이에 따른 생산차질이 나타나지 않게 하려는 의도입니다. 지난 20년 중국 및 동남아 국가들의 저임금을 통한 생산이 이제는 미국의 고임금을 받는 노동자들을 통해 생산이 이루어지다 보니 이러한 모습은 지난 10년간 이루어진 디플레이션을 야기했던 구조적인 변화가 크게는 아니지만 조금씩 바뀌고 있는 모습이라고 생각합니다.
인플레이션 압력 계속 나타날까?
지난 8월 잭슨홀 미팅에서 파월 의장이 말한 인플레이션이 일시적일 것이다라는 5가지 근거 모두가 지금과 비교해보면 거의 다 바뀌었는데 사실 바뀌긴 했어도 이러한 변화된 요인들이 지속될 것이라고 단정 짓기는 힘듭니다. 일부 요인들이 달라지면서 내년 인플레이션은 여전히 2% 보다는 높은 수준을 유지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다만 단기적인 요인들은 점차 사라질 것으로 보이는데 1) 주요국 항구에서 물류 적체가 여전히 심하지만 신흥국의 위드 코로나 정책으로 인해 더 심해지지는 않을 것 같아 보이고 여전히 변동성이 높지만 에너지 가격도 피크아웃을 찍고 점점 내려오는 추세입니다.
2) 중고차 가격이 상승하고 있지만 말레이시아에서 자동차 반도체 공급이 회복되면서 이 문제가 지속될 가능성은 낮아 보이며 글로벌 완성차 기업들이 3분기 실적 발표를 통해 점차 차량용 반도체 공급난이 해소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3) 최근 고용지표가 낮게 나오면서 기업들의 구인난으로 노동자들의 임금 협상력이 높아지긴 했으나 구조적으로 이러한 협상력이 계속해서 높아질 것으로 보이지는 않습니다.
4) 미시건대 소비자심리지수의 5~10년 인플레이션 전망으로 측정하는 장기 인플레이션 기대는 여전히 3%를 넘지 못하고 있습니다. 꾸준하게 상승하는 모습을 보이고는 있지만 최근 들어 최고치를 찍는 모습을 보이지는 않고 있습니다.
이러한 모습을 보았을 때 이제 인플레이션의 압력은 점차 해소될 것으로 보이며 코로나 바이러스 재확산 및 미국의 구인난이 심해지는 변수 리스크가 발생되지 않는 이상 인플레이션 상승으로 인한 미 연준의 조기 금리인상은 나타날 가능성은 낮다고 봅니다.
이러한 내용을 점차 시장이 인식하기 시작한다면 다시 한번 연말 소비 시즌과 맞물려 다시 한번 강한 랠리가 나오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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